호남과 영남을 가르는 듯 하지만 실은 두 지역을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는 강. 바로 섬진강이다. 섬진강 중·하류 유역에는 남도 사람들이 버텨 온 질곡의 삶 만큼이나 자연·문화 유산과 볼거리도 많다. 특히 지리산과 광양 백운산으로 대변되는 2개의 거대한 산군이 강의 동쪽과 서쪽에서 서로 마주 보고 "형님, 아우"하는 것처럼 사이좋게 뻗어 있어 산꾼들에게 유독 각광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 2개의 큰 산은 물론이고 산줄기에서 뻗어 내린 크고 작은 부속 봉우리와 산들 또한 주말 근교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높다. 섬진강 주변 어느 산을 가더라도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의 육중한 능선과 큰 봉우리, 그리고 섬진강 물줄기를 함께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오산에서 둥주리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배바위에 서서 지리산 방향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 왼쪽 멀리 있는 봉우리가 오산이고 중간 부분 희미한 능선이 지리산 노고단 능선이다. |
전체 산행은 죽연마을 등산로 입구에서 시작해 돌탑지대~쉼터(정자)~오산 주차장~사성암~오산 정상~매봉~자래봉~선바위전망대 갈림길~솔봉고개~동해삼거리~배바위~둥주리봉 정상~능괭이갈림길~동해마을 순으로 진행된다. 총 10㎞.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가량 걸린다. 사성암 둘러보기와 경치 감상, 휴식, 식사 등을 고려하면 5시간30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오전 10시께 산행을 시작한다면 늦어도 오후 4시 이전에는 마무리할 수 있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완만한 오름길이다. 얼마 가지 않아 돌탑 20여 기가 들어찬 돌탑지대. 높이 3m 이상의 큰 것에서부터 1m 안팎의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키는 제각각이지만 산비탈에 누군가 정성 들여 쌓아 놓은 돌탑이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돌탑지대를 통과하면 반듯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15분쯤 오르면 왼쪽에 쉼터와 전망대를 겸한 아담한 크기의 정자가 보인다. 발아래에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섬진강 줄기가 훤하다.
정자에서 내려와 정상을 향해 가다보면 3분 뒤 콘크리트 길을 버리고 왼쪽 산길로 치고 오르는 갈림길을 만난다. 사성암까지의 거리는 0.4㎞. 7분가량 오르막을 치면 갑자기 넓은 포장도로가 나온다. 일명 오산주차장. 셔틀버스 종점이다. 정면에 수직으로 뻗은 절벽이 보인다. 넓은 길을 따라 왼쪽으로 100m쯤 가면 오산 정상 및 활공장으로 가는 등산로와 사성암으로 가는 길이 나눠지는 갈림길. 오른쪽 넓은 길로 직진, 150m만 가면 3개의 기둥에 의지한 채 벼랑에 매달린 약사전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한 지 1년 뒤인 백제 성왕 22년(544)에 세웠다는 사성암(전라남도문화재 제33호)이다. 원래 이름은 오산에 있다고 해서 '오산암'이었는데 고승들의 수도처가 된 후 '사성암'으로 바뀌었다.
오산에서 둥주리봉으로 가는 길. 로프와 철계단이 많다. |
오산 정상까지는 불과 3분이면 족하다. '해발 530.8m'라고 표시된 정상석이 있지만 실제 국립지리정보원 발행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542m라고 돼 있다. 정상에서 3분쯤 더 가면 만나는 삼각점봉이 실제로 530.8봉이다. 오산 정상에서는 S자 모양으로 굽어 도는 섬진강 물줄기는 물론이고 구례읍과 만복대 정령치 성삼재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릉, 노고단 반야봉 형제봉 왕시루봉 등이 한꺼번에 조망된다. 사람들이 이 산을 두고 '지리산 남서쪽 최고 전망대'라고 했던 것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깨닫는다. 정상석에서 30m만 가면 정자 전망대가 있다. 살짝 내려선 뒤 오르막을 타면 앞서 언급한 530.8봉이다. 이후 계속되는 능선길은 발길 닿는 곳마다 천혜의 조망미를 갖춘 전망대의 연속이다. 15분 뒤 매봉(528m)을 지나 능선을 따라 계속 직진하는 길로 내려서면 5분 후 안부인 '매봉능선삼거리'에 닿는다. 약간 오르막을 치면 7분 후 자래봉(524m)을 지난다. '자라 오(鰲)' 자를 쓴 오산과 구분하기 위해 자라봉이라 불리던 것이 지역 사투리로 변형돼 자래봉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출발 10여분 만에 만나는 돌탑지대. 섬진강이 가깝다. |
4명의 성인이 수도한 곳으로 알려진 구례 오산 사성암. |
도선국사가 음양오행설을 깨달았다는 사성암 도선굴. |
◆ 떠나기 전에
- 사성암, '추노' '토지' 등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
오산(鰲山)은 구례의 진산으로 불린다. 노고단 만복대 계족산 등 오산보다 높고 큰 산들이 많지만 주민들이 굳이 오산을 구례의 진산으로 대접하는 이유는 아마도 '사성암(四聖庵)'이 있고 구례읍을 굽어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절벽 중간에 건립된 전각 등으로 인해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은 사성암에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우선 약사전. 오른쪽 계단을 올라 3개의 기둥 위에 지어진 약사전 내부에 들어서면 안쪽 벽이 다름 아닌 자연석 절벽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석벽에 음각된 마애약사여래불(전남문화재 제222호)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원효대사가 득도한 후 손톱으로 그렸다'고 한다. 왼쪽 계단으로 오르면 수령 800년 이상된 귀목나무 두 그루가 섬진강을 굽어보며 절을 지키고 있고 지장전 뒤에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원바위(일명 뜀바위)가 있다. 조금 더 가면 산신각과 도선굴이 있다. 도선굴은 도선 국사가 수도한 작은 바위굴이다. 최근의 '추노', 좀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박경리의 원작의 '토지' 등 드라마 촬영지로도 사용됐다. 하산길에 능괭이갈림길에서 오른쪽 동해마을이 아닌 왼쪽 길로 가면 용서폭포로 갈 수 있다. 높이 30m가 넘는 거대한 수직폭포인데, 가물 때는 폭포수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비 온 후에 산행을 한다면 용서폭포를 거쳐 용서마을로 하산하는 것도 볼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 교통편
- 구례행 버스 오전 7시 9시 등 하루 6회 운행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는 오전 7시와 9시 11시 등 하루 6회 운행한다. 2시간50분 소요, 1만3600원. 구례터미널에서 들머리인 문척면 죽마리 죽연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10시, 11시40분, 12시20분 등에 출발한다. 버스를 놓쳤을 경우 택시를 이용하면 6000원 안팎이다. 산행 후 동해마을에서 구례읍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1시20분과 오후 6시30분에 있다. 택시(011-618-5125) 이용 요금은 6000원가량.
자가용의 경우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내린 후 국도 19호선을 타고 이정표 기준 구례 쌍계사 하동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화개장터와 연곡사(피아골) 입구 앞을 지나 구례 방면으로 좀 더 가다보면 사성암 표지판이 보인다. 간전 사성암 방면으로 865번 지방도로를 타고 좌회전, 간전교를 건넌 이후 사성암 표지판만 따라서 10㎞ 정도 가면 들머리인 죽마리 죽연마을에 닿는다.
지리산펜션:지리산대호펜션 063)625-4051,010-9553-5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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