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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9일 월요일

지리산펜션- 지리산 인월장









성님, 오늘 장날이어라! 맛난 것도 묵고… (3일,8일:인월장날)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서 열리는 인월장을 찾은 김상달·순달 할머니의 모습이 정겹다. 할머니들은 자매 사이로, 모처럼 면에 나와 겨우내 미뤘던 파마를 하고중화제를 바르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보자기를 쓴 채 장터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물건 팔러 온당가 사람 구경하러 오제” 점심무렵엔 순대국밥집서 세상사 풀고


“아따, 힘들게 캔 거라 쪼께 더 받아야 된당께.”

“그만하면 됐구마잉. 다음 장날 또 갖고 오씨요. 나가 더 사줄팅께.”

“으매, 징한 거. 호밋값도 안 나오겄네.”

무르익는 봄의 생기를 오롯이 느끼기에 시골 오일장만한 데가 있을까. 지리산 자락 인월장(전북 남원시 인월면)에도 이른 아침부터 봄내음 가득한 봇짐을 푼 장꾼들과 장이 서기를 기다려 이 골 저 골에서 잰걸음을 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모여 흥정하는 소리로 온 장바닥이 시끌벅적하다. 겨우내 참았던 입담을 푸는 양 “좀 깎자” “밑지는 장사다” 운운하며 밀고 당기는 실랑이에 한창 물이 올랐다.

봄기운과 더불어, 인월장이 유난히 더 왁자지껄하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장터를 떠도는 소리의 절반은 경상도 사투리라는 것. “와 이리 비싸노!” “아요, 새대기. 이리 와봐, 싸게 주꾸마.” 인월 땅에 경상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은 이웃한 경남 함양 사람들도 내남없이 인월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월장은 인월면 주민은 물론 인근 아영면·산내면과 함양 마천면·휴천면 주민들이 닷새마다 어우러지는 장으로, 함양 사람들은 삼국시대부터 팔량치(해발 512m·인월과 함양군 사이에 있는 고개)를 넘나들며 물목을 교환해 왔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덕에 이맘때쯤의 인월장은 그야말로 산나물 천지다. 쑥·달래·냉이는 기본이고 머위·다래순·뽀리뱅이·홋잎·물레나물 같은 생소한 봄나물들도 소쿠리 소쿠리 담겨 장나들이객들의 걸음을 붙잡는다. 여기에 지난 겨우내 말려 뒀던 호박고지·가지고지·토란대·고구마대 따위의 묵나물과 녹두·메밀·수수·팥 등 잡곡류도 인월장의 단골 품목이다. 이뿐 아니라, 산골이긴 하지만 장돌뱅이들이 싸들고 온 잡화나 옷가지에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어물 등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산골 오일장이 유쾌한 건 구수한 사람 냄새와 훈훈한 인심 때문이기도 하다. 정령치 아래 상우리에 사는 오삼순 할머니(92)는 날 풀린 장날에 맞춰 도라지를 한보따리 이고 나왔다. “나가 물건 팔러 온당가, 사람 보러 오제.”

“군의원인 아들이 제발 쉬라고 성화지만 장터에서 단골들 만나는 재미야말로 삶의 가장 큰 낙”이라는 오할머니는 이팔청춘 꽃띠 시절부터 좌판을 열어 온 인월장 터줏마님이다.

지리산 기슭의 오지 마을인 산내면 하황리에서 아침 첫 버스를 탄 김상달·순달 할머니 자매는 오랜만에 머리도 볶고, 봄에 입을 몸뻬와 영감님들 몫으로 자반도 두어손 샀다.

함양읍에 직장을 둔 인월 젊은이 이성호씨(40)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맞이한 신부 레티홍감씨(22)의 손을 잡고 장나들이를 했다. “아내가 장 구경을 좋아해 장날이면 종종 함께 쇼핑을 나온다”는 김씨의 손에는 딸기·방울토마토 등 아내가 좋아하는 과일들이 잔뜩 들렸다.

장이 서는 3·8일에 주말이 겹치면 인월장은 지리산 산행에 나선 외지인들까지 몰려들어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산나물은 물론, 맛있다고 소문이 나 방송까지 탄 인월 막걸리와 육질 고소하고 연한 인월 흑돼지도 외지인들에게 인기다.

오일장의 달뜬 분위기는 점심무렵 장터 어귀에 있는 순대국밥집으로 모이게 마련이다. 푸짐한 순대·내장에 파와 새우젓을 듬뿍 넣은 순대국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어서, 장날만큼은 도시의 유명 식당이 부럽지 않은 게 산골 순대국밥집이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은 막걸리 몇잔에 이런저런 세간사를 풀어놓고, 굳이 시간을 따질 필요없는 장날 오후는 그렇게 시나브로 흐른다.

시인 함민복이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던가. 장꾼들과 손님들이, 전라도와 경상도가, 토박이와 외지인이 만나는 인월장에도 닷새마다 꽃이 핀다. 3·8일로 끝나는 날마다 들썩들썩 왁자지껄….

지리산펜션:지리산대호펜션 063)625-4051,010-9553-5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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